2024. 11. 14. 10:17ㆍ뫼야?
때는 2023년 12월 31일 마지막날.
집에서 가깝고 낮지만 왠지 못가고 있는 산. 단군 할아버지에게 제를 올리는 첨성단이 있는 마니산에 가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몰을 보면서 마실 커피물도 준비하고 해드랜턴과 아이젠을 준비하다보니 오후2시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네비에 마니산을 찍고 룰루랄라 도착했더니 문을 닫은 마니산팬션이었다. 매표소가 있는 관광지라서 안일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아틀란 네비는 쓰지 않고 네비에 산이름을 입력하지 않는다. 일몰까지는 1시간 50분정도 남았고 마음은 급하고 트랭글에서보니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실제로 희미하게 등산로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다른 들머리를 선택한다면 일몰 감상은 무산될게 뻔했다. 트랭글지도 보면서 gogo하기로 맘 먹었다.
0.5km 못가서 길을 끊어지고 낙엽은 발목까지 쌓여있고 시그널도 없고 사람이 다니지 않은 흔적없는 길은 잡목 가지가 얼굴을 찌르고 낙석지대+흐르는 땀, 조급함과 ㅈ됐음의 난감함.....
그동안의 짬밥으로 절벽과 낙석지대를 피해서 산의 골지역으로 나무가지를 헤치며 휴대폰으로 확인하면서 나아가니 8시 방향에서 합류하는 데크 등산로를 만났다. 때마침 사방이 붉게 변하고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고 고단함은 해와 함께 저물어 가고 희열은 샘솟고 있었다.
해가 구름뒤로 막 숨어 아직 여명이 있을때 정상으로 향했는데 나무 데크길 끝나고도 빙판이 된 바윗길이 새삼 험하긴 험하더라.
첨성단으로 가는 길의 문은 닫혀있었고 넓은 헬기장 한켠에 한자로 쓰인 정상목이 있었다. 아직 남은 매직아워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젊은 커플에게 믹스 커피 한잔 주고 고양이 밥주는 것을 구경했다.
그 커플은 정수사에서 올라 왔다고 했다. 서로 말을 놓지 않는 여자는 콧물을 줄줄 흐르고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여자가 먼저 마지막 일몰을 마니산에서 맞이하자고 한거 같은데 대견하면서도 순순히 동조한남자가 이해가 안되더라. ㅋ 올라오는데 입장료도 제재도 없었다고 했다. 다음엔 정수사로 편하게 와야지 ㅠ
미끌어져서 다치지 않으려면 맘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값진 경험을 하고 다치면 꽝이기에....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걱정만 하고 있는 것보다 포기하더라도 해보기라도 하는게 낫다는걸 이제는 알기에, 또 이미 올라 온 길 내려가지 못할 것은 무었이랴?
눈덮힌 공작산에서 눈길을 헤치며 러셀 산행을 해봤기에 깡이 충만했다. 결국 무사히 살아 돌아 왔다. 자정이 지나기전에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푹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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